남인도의 케랄라 주, 포르투갈 요새 코치
티베트 사원대학 방문을 마치고 마이소르에서 조금 더 머무르다가 남인도 남서부의 해안을 끼고 있는 케랄라(Kerala)주로 향하기로 했다. 케랄라는 3천 5백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주이다. 케랄라도 남인도의 다른 주들과 마찬가지로 드라비다 족의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다. 힌디어 권과는 다른 문화 언어 인종이다. 인도의 원주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케랄라란 어원이 ‘경사진 언덕, 산에서의 내리막 길’등의 뜻이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소르에서 코임바토르를 거쳐서 케랄라 코치로 들어갔는데, 2천6백 미터의 제법 큰 산이 있었다. 코치는 제2의 항구도시이고, 주도는 티루바난타푸람(Thiruvananthapur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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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남인도의 남서부에 위치한 케랄라 주의 지도.
대개 여행객들은 케랄라 주를 가는 코스는 제2의 도시로서 항구도시인 코치를 가장 먼저 들른다. 코치는 코친이라고도 하는데, 2백만 명이 사는 도시이며, 아라비아 해에 접해 있다. 고대시대부터 무역항이었고, 서구 열강이 인도로 진출할 때도 이 항구에 닻을 내렸다. 고대시대부터 향신료 무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1503년 포르투갈이 이곳을 장악했고, 유럽의 인도 식민사(植民史)에서 최초를 기록한 항구이다. 포르투갈이 1530년 고아를 전진기지로 선택하기 전 인도 진출에 주요한 거점이 되었다. 나중에는 네덜란드가 장악했다. 코치는 인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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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포트코치(요새)에 있는 1503년에 건립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의 성 프란시스 교회. 포르투갈의 항해자이며 탐험가로 인도 항로를 최초로 발견한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 1460-1524)가 이 교회에 묻혀있다.
코치는 인도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다. 고대시대에는 그리스와 로마에 까지 알려졌으며, 유태인 시리아인 아랍인과 중국의 상인들까지도 북적거렸던 곳이다. 중국 광동 성에서 그물(망)로 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 주기도 해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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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인들이 살았던 코치요새지역.
중국 절강 성 회계 출신으로 항해가인 마환(馬歡1380–1460)은 정화鄭和 1371-1434) 장군의 통역으로 이곳에 왔다. 그는 무슬림이었다고 한다. 정화 장군은 중국 명나라 왕조 시대의 장군(將軍)이자 환관, 무관(武官), 제독(提督), 전략가, 탐험가, 외교관, 정치가이다. 영락제(永樂帝)의 심복으로 영락제의 명령에 따라 남해에 일곱 차례의 대원정을 떠난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성씨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중국식 한자인 마(馬)씨이고 이름은 삼보(三保)였다. 환관의 최고위 직인 태감(太監)이 되었기에 중국에서는 삼보태감(三保太監 혹은 三寶太監)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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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말레이시아 믈라카에 세워진 장화장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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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포르투갈의 항해자이며 탐험가인 바스쿠 다 가마가 발견하여 도착한 인도항로(검은 선).
고대시대나 중세시대엔 여행이란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일종의 탐험이 이루어지면 그 다음은 무역이 뒤를 잇는다. 탐험 그 자체가 무역일수도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항로를 발견 하고나서 관심을 갖는 것은 향신료였다. 유라시아 대륙의 실크로드 선상에서는 비단이 주요 품목이었다. 인도항로에서는 향신료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케랄라 주에서는 후추, 천연고무, 코코넛, 홍차, 커피, 캐슈와 향신료가 유명하다. 실크로드나 해상실크로드에서도 무역만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문화 종교 기술 등 인간이 창조한 모든 문명이 동시에 교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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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해발 2천 7백 미터의 아나무디 산.
21세기 현대라는 타임라인에서 여행자들은 각기 여행의 목적 방법 등이 다양하다. 필자는 주로 종교 그것도 불교에 관심을 갖고 여행을 하지만, 사람들마다 다 목적과 취향이 다르다. 코치를 찾는 것은 모든 관광객에게 공통된 관광목적지가 되었지만, 코치는 유럽인들에게는 반드시 들리고 싶은 곳이다. 자신들의 선조가 인도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유럽의 식민지가 된 역사적인 근거지였기에 그들은 어떤 긍지 같은 것을 갖고 감회어린 기분으로 이곳을 찾는다. 중국인들도 적어도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자신들의 선조는 너희들(유럽인) 보다도 더 먼저 이곳을 방문했다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겨우 고기 잡는 그물 정도만 유산으로 남겨줬다. 국적이 다른 관광객들은 서로가 자기 나라와의 관련 속에서 상상을 하게 된다. 막상 내가 코치에 와서 느낀 것은 올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나의 여행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홍보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케랄라 주의 남인도 인들은 당연히 많은 관광객이 오기를 바라겠지만, 세계 관광 가이드 영문 책자를 장악하고 있는 영어(유럽)권의 선전도 이곳을 와보지 않으면 너무나 궁금해서 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력에 이끌려서 결국은 오게 되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광으로는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될 장소가 되었다. 하다못해 유태인들도 이곳을 찾는 것은 중세시대 향신료 무역 전성기 때부터 유태인도 이곳에 마을을 형성해서 살다가 이제는 많이 떠났고, 몇 가구 안 되지만, 유태인들은 감회어린 기분으로 이곳을 찾는다.
필자가 마이소르의 빌라쿠페의 티베트 사원대학촌을 찾았을 때, 유럽인들은 극소수였다. 아마도 서구의 불자들로서 티베트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하지만 코치는 서구인들이 대부분이다. 코치항구에서 포트코치 요새로 가는 똑딱선 승객의 대부분은 서구인들이었다. 이제 나의 관심은 종교이기 때문에 케랄라 주의 종교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마이소르에서 케랄라 주에 들어서면서 가장 놀란 것은 산골이나 시골에도 교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슬림사원도 간간히 있었지만, 교회는 매우 빈번하게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인도 기독교의 거의 40%가 이곳 케랄라 주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인도항로가 개척되고 무역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또한 함께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케랄라 주 종교인구 통계를 보면 힌두교도 55%, 무슬림 27%. 기독교 19% 순이다. 이 지역도 한때는 불교가 왕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다 힌두교도가 되었다고 보여 진다. 이 주의 어딘가에 불교 유적이 몇 군데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유적일망정 시간상 가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다른 목적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무슬림은 7세기 아랍상인들과 함께 들어왔다고 한다. 기독교는 기원후 52년 12사도 가운데 한명인 사도 도마(Thomas)가 케랄라 주 해안가 어딘가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후 다수의 기독교 종파들이 케랄라 주에 온 것으로 말해지고 있다. 가톨릭은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가 전파했다고 한다. 유대교는 기원전 1000년경 솔로몬 왕 때에 왔다고 하는데, 그들을 코친 유태인이라고 부른다. 인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유태인들이다. 코치에는 20세기 까지도 유태인 마을이 있었고, 대부분은 이스라엘로 이민가고 서너 가구가 아직도 있으며 유대교 교회인 시나고그가 있다. 또한 자이나교가 있으며, 불교는 아소카 대왕 때 전성기였지만, 12세기에 소멸됐다고 한다. 다만 암베드카르를 추종하는 신불교도들이 조금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랄라의 사회는 지금은 부계사회이지만, 한 때는 힌두 무슬림사회에서는 카스트에 따라서 모계사회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하층민들과는 다르게 지금도 힌두 무슬림 상류층에서는 여자들이 발언권이 강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케랄라 주에서는 여성들도 고등교육을 받고 양성평등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 듯 했으며, 타주에 비해서 문맹 율이 아주 낮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인도의 다른 주에 견주어 볼 때 영어나 힌디어 구사능력이 월등했다.
여행이란 한 마디로 견문각지(見聞覺知)라고 할 수 있다. 많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알게 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대개 패키지로 가는 것은 단기간에 우선 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많아 움직이게 된다. 비즈니스도 여행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보고 느끼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어떤 종교적 목적에 의한 성지순례도 일종의 여행이다. 배낭여행은 아마도 여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멋진 여행일 것이다. 경비상으로는 다소 불편하지만,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하수 있어서이다. 여기에 어떤 문화 역사 종교 탐방을 목적으로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나의 관심사는 종교 문화 역사 철학분야이지만, 코치에서는 다소 여유 있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코치에서 인상에 남는 일이라면 포트코치(Fort Kochi) 똑딱선 부두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한잔하면서 잠시나마 책들을 골라보는 재미였다고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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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포트코치의 한 카페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숨고르기를 하다.
해동 선림원 지도법사=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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