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스님들의 민주적 직선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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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비구니회관이 있는 법룡사에 운집한 비구니스님들. 1200명 정도가 모여서 투표에 의한 민주적인 직선제로 육문 비구니스님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10월12일)
한국불교 1천7백년사에서 아마도 가장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임이 10월 12일 조계종 전국비구니 회관(서울 법룡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총무원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비구니회장을 민주적인 방법인 투표에 의해서 선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가운데, 비구니스님들이 민주적인 방법인 투표에 의해서 비구니 회장을 선출했다. 사실상 조계종 승니(僧尼=비구 비구니)의 50%를 차지하는 비구니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종단의 대사(大事)여서 종단내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통적으로 동양사회, 특히 동아시아 불교에서 비구니의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동양사회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유교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란 남자 위에 설수 없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구니스님들이 동아시아 불교에 등장하면서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승려(빅슈)에 가려서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물론 외부에 표출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수행하고 전법의 맥을 이어온 것 또한 사실이지만, 동양사회의 전통적 여성관이 강하게 작용하여 위축시킨 것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비구니 스님들 사회에도 변화와 개혁성향의 보이지 않는 물결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동향이다.
기존의 비구니회의 운영을 놓고 열린비구니회란 모임체가 생겨서 압력단체 역할을 했는데, 이번 비구니 회장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향후 운영과 활동이 기대된다. 사실, 한국불교의 비구니스님들의 존재와 위상은 한국불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세계불교에서 한국 비구니 승가는 부처님 당시의 비구니 승가와도 별반 다르지 않는 비구니 승가의 원형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좌부권의 비구니 승가가 맥이 단절된 상황에서 담마굽타카(Dharmagutaka 法藏部) 부파의《사분율四分律Dharmaguptaka Vinaya》에 의한 동아시아의 비구니 계단만이 살아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 대만 베트남 등의 비구니 스님들만이 정통성 역사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동아시아의 빅슈(비구) 계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비구니 스님들의 존재와 위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대만과 한국의 비구니 계맥을 이어간 스리랑카에는 수천 명의 비구니들이 새로 수계를 받아서 비구니 승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상좌부 권에는 비구니나 사미니가 아닌 식차마나(Siksamana 正學女) 단계의 여행자들이 있을 뿐, 정통성이 있는 비구니승가는 없는데, 2천5백년의 역사를 지닌 비구니승가가 그대로 한국불교에 존속한다는 것은 세계불교 역사상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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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비구니는 고타마 싯다르타를 양육하고 어머니 역할을 한 이모 마하파자파티 (Mahāprajāpatī Gautamī)왕비이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성도한 후, 카필라와수투를 방문했을 때, 부처님의 모습을 본 많은 석가족의 남성들이 비구로 출가를 한바 있으며 아들인 난다 또한 비구승가에 합류했고, 손자인 라훌라도 사미가 되었다. 마하파자파티는 숫도다나(Suddhodana,淨飯王)왕이 서거한 후, 바이샬리로 부처님을 찾아가서 비구니 승가를 창립하겠다고 요청하자 부처님은 처음에는 거절했고, 세 번이나 요청했지만, 부처님은 비구니 승가의 창립을 반대했다. 하지만, 마하파자파티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비구니 승가의 창립과 그 자신이 집 없는 자의 출가자가 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도 부처님은 원치 않았다. 출가자의 길은 너무나 어려운 수행의 길이었기에 그러했다. 아난다의 중재로 부처님의 허락을 받았고, 반드시 계율을 지킨다는 조건에서였다. 마하파자파티는 120세 까지 생존하면서 비구니 승가를 형성했고, 그 당시에는 5백 명 정도의 비구니 승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하파자파티 비구니의 일화와 비구니 수계에 대한 것은 빨리 경전과 설일체유부와 근본설일체유부의 전통에서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과 마하파자파티는 율장에 따른 계목(戒目)인 프라티목사(prātimokṣa波羅提木叉)외에도 무거운 팔경법(八敬法 Eight Garudhammas)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이 팔경법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동아시아에서는 강하게 먹혀들었다. 이 팔경법은 한국불교 비구니 스님들에게 무거운 제약으로 은연중 작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시대는 변하고 비구니스님들의 존재와 위상은 달라졌다. 한국불교의 희망이요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구니 스님들은 부처님 당시 마하파자파티가 창설한 비구니 승가의 정신과 수행과 전법 전통을 지키고 있다. 비구스님들의 잇단 추문과 신뢰 상실에 실망한 재가불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부처님 승가의 적통이라고 생각한다. 제11대 비구니 회장으로 선출된 육문 스님은 일하는 전국비구니회로, 비구니 승단의 위상과 권익을 위해, 비구니 스님의 노후복지를 성심껏 살피겠고, 비구니 승가 인재육성에 기여하겠으며, 청정한 수행자의 자세로 승가화합에 힘쓰겠다는 공약을 내 건바 있다. 비구니회원 그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공약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회적인 활동반경의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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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댓글: 사진: 서구출신 빅슈니(티베트전통) 스님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있다. biguni03.jpg [ 20.28 KiB |
비구니(빅슈니)라고 하면 동아시아 불교와 베트남을 연상했지만, 이젠 서양 출신 비구니 스님들 또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매우 적극적인 활동과 행보를 보이면서 대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대만의 빅슈니 스님들의 사회활동은 매우 뛰어나고 베트남도 활동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비구니 스님들은 다소 정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이런 수행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다 사회활동을 강화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종단에서 이 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보다 참여폭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해동선림원 지도법사=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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